쉼. 먼지 맛 담배 한모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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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87년 6월 10일

터돌 2009. 6. 10. 01:09


1987년 6월 10일 수요일

머리에 별 것 없는 남자 중학생이었지만
근 며칠간 수도 없이 맡아온 최루탄의 냄새가
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던...

며칠 전 다녀온 명동성당 앞에는
그냥 바람에 흘러온 매운 맛이 아니라
잎안 한 가득 넣어준 청양고추의 느낌
쪼개진 돌들이 구르는 주일 아침의 명동성당

수요일 점심시간이 되어가는 그 때
멀리서 들려오는 함성과 경적 소리

그 후에 사실을 알았지만
그래도 귀찮아만 하지 않고
맘 속으로 응원하던 어린 내가

그날의 기억이다.

그 때의 형 누나들은
자식들 어떻게 공부시킬까만 고민하다가
그 때의 동생들은
어떻게 돈 잘버는 취직자리를 찾을까만 궁리하다가
...
그 때의 그 열매는 땅에 떨어졌다.

22년이 지난 오늘
새로운 싹이 돋을까?